한국에서 운전을 해 보신 분이라면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나름의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 잘못이 몇 대 몇인지 과실 비율을 따지고, 그 비율에 맞춰 보상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미국, 특히 메릴랜드에서도 겉으로 보이는 흐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의 규칙은 상당히 다릅니다. 익숙한 방식대로 대응하다가 보상을 받기 어려워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한국 법을 설명하는 글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방식과 비교해, 메릴랜드에서 교통사고 보상을 청구할 때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귀하의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실관계를 검토해야 알 수 있습니다.
미국 교통사고의 과실 판단: 한국식 과실 비율과 메릴랜드 기여과실 원칙
한국에서는 사고 책임을 8대2, 9대1처럼 과실 비율로 나누고, 그 비율만큼 보상이 줄어드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미국의 많은 주도 비슷하게 과실 비율에 따라 보상을 줄입니다. 메릴랜드는 다릅니다.
메릴랜드는 기여과실(contributory negligence) 원칙을 따릅니다. 사고에 본인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인정되면 상대 운전자에게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을 지금도 유지하는 곳은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워싱턴 D.C. 등 미국에서 몇 곳뿐입니다.
- 과실 비율 방식(한국, 미국 다수 주): 피해자 과실이 20%면 보상이 20% 줄어듭니다.
- 기여과실 방식(메릴랜드):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라면 "내 과실은 조금뿐이니 조금 덜 받겠지"라고 생각할 상황이 메릴랜드에서는 청구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 담당자(adjuster)는 이 원칙을 잘 알고 있어서, 자기 쪽 운전자만큼이나 피해자의 행동도 꼼꼼히 살펴봅니다. 최후 회피 가능성(last clear chance) 같은 제한적인 예외가 있지만, 적용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릴랜드 기여과실 원칙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실버스프링과 몽고메리카운티에는 워싱턴 D.C.나 버지니아로 출퇴근하는 분이 많습니다.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는 주로 사고가 난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사고가 난 도로와 위치를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교통사고 보험 구조: 메릴랜드에서는 어떤 보험이 보상하나
미국 교통사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노폴트(no-fault)'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메릴랜드는 노폴트 주가 아니라 과실(fault)을 따지는 주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할 PIP 보험은 누구의 잘못인지와 관계없이 초기 치료비와 소득 손실 일부를 지급하기 때문에 혼동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고를 낸 사람에게 청구하려면 여전히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한 사고에 여러 보험이 함께 적용될 수 있고, 먼저 보상하는 보험이 반드시 사고를 낸 사람의 보험인 것도 아닙니다. 메릴랜드에서 흔히 관련되는 보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상해보호(PIP) 보험. 메릴랜드 보험회사는 PIP를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보험 가입자가 서면으로 포기하지 않았다면, 누구의 잘못인지와 관계없이 치료비와 소득 손실에 최소 2,500달러까지 지급됩니다.
- 가해 운전자의 대인배상(liability) 보험. 메릴랜드의 대인배상 의무 최소 한도는 1인당 30,000달러, 사고당 60,000달러입니다. 부상이 심하면 치료비만으로도 이 최소 한도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무보험·저보험 운전자(UM/UIM) 보험. 상대 운전자가 보험이 없거나, 보험 한도가 부족하거나, 사고 현장에서 달아났다면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무보험·저보험 운전자 사고와 뺑소니 사고 페이지를 참고하세요.
- 그 밖의 보험. 누가 어떤 목적으로 운전했는지에 따라 우버·리프트 회사의 보험, 고용주의 업무용 차량 보험, 차량 소유주의 보험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보험 약관은 회사마다 다르고, 메릴랜드 법이 정한 최소 한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 실제로 관련된 보험 증권을 직접 검토합니다.
메릴랜드 PIP 보험: 과실과 관계없이 먼저 받는 보상
PIP(personal injury protection)는 이름부터 낯설게 느끼는 분이 많은 보험입니다. 메릴랜드 보험청(Maryland Insurance Administration)의 PIP 안내문에 따르면, PIP는 과실과 관계없이 다음 사람들을 보호합니다.
- 어떤 자동차 사고로든 다친 보험 가입자 본인과 함께 사는 가족
- 가입자의 차량에 타고 있다가 다친 사람
- 가입자의 차량에 치여 다친 보행자
안내문에 따르면 최소 보장 한도는 2,500달러이며, 더 높은 한도로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 보장은 다음과 같은 용도에 쓸 수 있습니다.
- 사고로 다친 날부터 3년 안에 발생한 합리적이고 필요한 모든 치료비
- 실제로 발생한 소득 손실의 85퍼센트
- 사고 당시 직장이 없던 분이라면, 그분이 가족이나 가정을 위해 해 오던 필수적인 일(essential services)을 대신하는 데 드는 합리적이고 필요한 비용
PIP는 제한 PIP(limited PIP) 포기서(waiver)에 서명해 포기할 수 있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기명 피보험자(named insured), 보험에 등재된 운전자, 같은 집에 사는 16세 이상 가족입니다. 포기하면 기명 피보험자는 메릴랜드의 어떤 자동차 보험에서도 PIP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이 포기는 보행자나 미성년 자녀 같은 다른 사람이 그 보험에서 PIP를 받을 권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포기하려면 서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PIP가 있는 줄 모르고 지내는 가입자도 많습니다. 보험 증서 첫 장(declarations page)을 확인해 보세요. PIP는 상대방과의 청구가 끝나기 전에 치료가 시작될 때 먼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메릴랜드 PIP 보험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미국 보험회사와의 연락: 녹음 진술과 영어 통화에서 조심할 점
미국 교통사고 후에는 상대방 보험회사 담당자가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 직후 친절하게 전화해 사고 경위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화에서 나온 말이 피해자 과실의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기여과실 원칙이 있는 메릴랜드에서는 이런 말 한마디의 무게가 큽니다.
- "잠깐 내비게이션을 보고 있었어요."
- "조금 급하게 가고 있었어요."
- "상대 차를 늦게 봤어요."
- 사고 현장에서 예의상 한 "미안합니다"라는 말
상대방 보험회사에 녹음 진술을 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 본인 보험회사에는 약관에 따라 사고를 알려야 하지만, 상대방 보험회사의 질문에는 답하기 전에 변호사와 먼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영어가 편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뜻을 정확히 모르는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만 받아 두고 변호사가 대신 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진행 상황은 한국어로 설명해 드립니다. 영어로 온 서류나 보험회사 편지의 의미도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화 요령은 보험회사 연락 대처 가이드에 정리했습니다.
미국 교통사고 합의와 보상 항목: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알아둘 것
메릴랜드 청구에서는 보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병원비 청구서나 급여 기록처럼 서류로 입증하는 경제적 손해(economic damages)와, 서류로 숫자를 딱 떨어지게 보여주기 어려운 비경제적 손해(non-economic damages)입니다.
- 경제적 손해: 지금까지의 치료비와 앞으로 필요한 치료비,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소득 손실, 앞으로의 소득 능력 감소, 차량 등 재산 피해
- 비경제적 손해: 통증과 고통, 흉터 같은 외모 손상(disfigurement), 부상으로 달라진 일상생활
메릴랜드는 상해 사건에서 통증과 고통 같은 비경제적 손해의 상한을 두고 있으며, 이 상한은 매년 10월 1일에 조정됩니다. 경제적 손해에는 이런 상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상이 심각할수록 앞으로 필요한 치료를 기록으로 제대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건의 결과가 귀하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지는 않습니다.
합의 금액과 실제로 받는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치료비를 먼저 낸 건강보험회사나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는 보상금에서 그 금액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 증거를 갖춘 보상 요구서(demand)를 보험회사에 제출합니다. 보험회사가 공정한 제안을 하지 않으면 메릴랜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청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먼저 합의서(release)나 합의금 수표를 보내오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 합의서에 한 번 서명하면 대부분 그 청구는 거기서 끝납니다. 금액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메릴랜드 교통사고 합의금은 어떻게 정해지나에서 설명합니다.
메릴랜드 교통사고 소송 기한과 서둘러야 하는 이유
메릴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날로부터 3년 안에 상해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 카운티 버스, 경찰차, 주 정부 차량처럼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하는 청구는 훨씬 더 이른 시점, 흔히 1년 안에 서면 통지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스쿨버스, 구급차, 도로의 움푹 파인 곳(pothole), 대중교통 버스처럼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 상대방이 됩니다.
- 사고로 사망한 분이나 사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분의 청구는 기한 규칙이 다릅니다.
- 보험 약관에도 사고 통지 기한이 있으며, 사고 영상 같은 증거는 며칠 만에 지워질 수 있습니다.
증거는 어떤 기한보다도 빨리 사라집니다. 영상은 며칠 만에 덮어쓰이고, 차량은 수리되고, 목격자는 이사를 갑니다. 정부 차량이나 정부 시설이 관련된 사고라면 사고 당일부터 기한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세요. 메릴랜드 소송 시효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한국식 습관 대신 이렇게 대응하세요
사고 후 며칠 동안 한 일이 이후 보상 청구의 방향을 정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하세요.
- 다친 사람이 있으면 911에 신고하고 경찰 리포트 작성을 요청하세요. 출동한 경찰관의 이름과 리포트 번호를 적어 두세요. 발급 방법은 메릴랜드 교통사고 경찰 리포트 발급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 차량을 옮기거나 수리하기 전에 차량 손상, 도로 상황, 신호등, 본인의 부상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세요.
- 상대 운전자의 이름, 운전면허, 차량 번호판, 보험 정보를 받고, 목격자가 있다면 연락처를 받아 두세요.
- 아프지 않더라도 빨리 진료를 받으세요. 뇌진탕이나 목 부상은 몇 시간, 며칠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 늦게 나타나는 증상도 참고하세요.
- 가입한 보험 약관에 따라 본인의 보험회사에 사고를 알리세요.
- 과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나 서면 진술을 하지 마세요. 상대방 보험회사의 녹음 진술 요청은 변호사와 상의할 때까지 미루세요.
- 병원비 청구서, 영수증, 수리 견적서, 결근 기록을 모두 보관하세요.
- 합의서(release)에 서명하거나 합의금 수표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국제운전면허나 한국 면허로 운전하던 중이었다면 국제운전면허·한국 면허로 운전 중 사고가 났다면, 체류 신분이 걱정된다면 체류 신분과 사고 보상 청구, 차량 수리와 렌트카 문제는 사고 후 렌트카·차량 수리·토탈로스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사고 현장부터 보험 청구까지의 순서는 미국(메릴랜드) 교통사고 처리 방법에 정리했습니다.
로버트 김(Robert J. Kim) 변호사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변호사 자격을 가진 Blank Kim Injury Law의 파트너 변호사로, 교통사고 사건을 직접 맡습니다. 사건 진행 방식은 메릴랜드 교통사고 변호사 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무료 상담을 신청하세요.
